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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누고픈이야기

[즐거운 편지] 황동규 - 필사하기 좋은 시 사랑고백시

by 골드핑거 2023. 3. 28.

즐거운 편지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황동규

 

내 그대를 생각함은 

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 

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

언젠가 그대가 

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

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

그대를 불러보리라.

 

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

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 

바꾸어버린 데 있었다

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

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

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

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

낙옆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. 

 
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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